theTAX tv 채흥기 기자 | 건설업 등 기업진단 분야에서 14년간 ‘부실진단 0건’이라는 이례적 기록을 이어온 한국세무사회가 단순 검증기관을 넘어 제도 개선의 ‘설계자’로 역할 전환에 나섰다. 현행 기업진단 제도가 업종별로 상이한 기준과 불합리한 규정으로 인해 성실기업에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다.
세무사회는 지난 3월 13일 국토교통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 부처에 총 9건의 제도 개선안을 제출했다. 핵심은 ‘기업진단의 신뢰성 유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정성과 형평성 확보’로 무게 중심을 옮긴 데 있다.
이번 건의는 ▲건설업 기업진단지침 개정 ▲청문주재자 제도 개선 ▲전기공사업 회계기준 정비 ▲의약품 도매업 진단요령 합리화 ▲특수판매공제조합 자본금 확인제도 개선 등 산업 전반을 포괄한다. 업종별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동일한 재무상태에서도 결과가 달라지는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특히 건설업 분야에서는 ‘선납세금’을 부실자산으로 분류하는 현행 기준이 대표적인 불합리 사례로 지목됐다. 법인세 중간예납 등 선납세금은 과세당국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괄적으로 부실자산으로 간주하는 것은 성실납세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세무사회는 해당 항목을 부실자산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행정처분 과정의 핵심 절차인 청문 제도의 전문성 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실질자본금 판단이 회계·세무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임에도, 실제 청문 과정에서 기업진단 수행 전문가가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세무사를 청문주재자로 참여시켜 판단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전기공사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회계기준 불일치 문제가 핵심 쟁점이다. 현재 법인세법 기준을 적용하면서 감가상각이나 퇴직급여충당금 평가 방식에 따라 동일 기업도 상이한 진단 결과가 도출될 수 있어, 기준 통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약품 도매업 역시 현실과 괴리된 규정이 문제로 지적됐다. 신규 허가 시 전도금·선급금·재고자산 등 정상적인 영업자산까지 부실자산으로 간주하는 현행 기준은 실제 영업능력을 갖춘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무사회는 이를 ‘겸업자산’으로 재분류해 합리적으로 평가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특수판매공제조합 가입 시 요구되는 실질자본금 확인 업무를 회계법인에 한정한 현행 제도 역시 개선 대상으로 꼽혔다. 실무적으로 세무사가 회계와 기업진단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세무사에게도 확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무사회 측은 이번 건의가 단순한 직역 확대 요구가 아니라 기업진단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선 감리이사는 “세무사는 300만 중소기업의 회계와 세무를 담당하며 축적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진단의 신뢰성을 높여왔다”며 “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규정과 회계기준 불일치를 바로잡아야 제도의 공정성이 확보된다”고 밝혔다.
이번 건의가 수용될 경우 기업진단은 ‘형식적 자본검증’에서 ‘실질적 경영능력 평가’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업종 간 기준 불균형과 직역 간 역할 논쟁 등 구조적 쟁점에 대한 정책적 판단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