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TAX tv 채흥기 기자 | 우리에게 소설 ‘감자’로 알려진 김동인은 일제시대인 1939년 성전종군작가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일본군을 위문하는가 하면 여러 친일작품을 쏟아냈으며, 1945년 8월15일 오전 12시 김동인은 일본이 항복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조선총독부를 찾아가 이미 항복 사실을 알고 있는 총독부 관리인 아베에게 친일작가단을 만들겠다고 떼를 썼다.
이처럼 김동인은 적극적인 친일작가임에도 1987년 조선일보는 사상계와 동서문화사에서 주관하던 동인문학상을 18회부터 주관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중앙일보에서 주관하던 미당문학상 등 친일작가의 문학상이 폐지됐다. 결국 동인문학상만 남게됐다.
김동인문학상 폐지를 전제로 이를 비판하는 세미나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는 ‘문단의 적폐 친일문인 김동인을 기리는 동인문학상(조선일보) 비판’이라는 제하로, 이명원(경희대) 사회,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문학평론가)의 격려사, 신현수 (사)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인사, 발제 전상기(성균관대)의 ‘문학상 운용의 논리와 작가의 대응, 그리고 줏대’, 토론 이영숙(추계예술대), 발제 최창근(전남대)의 ‘김동인 소설의 환멸의식 연구’, 토론 정민구(전남대), 발제 박수정(부산대)의 ‘해방기 김동인 소설에 나타난 주체화 전략’, 토론 이시성(동의대), 창작시 낭송 권미강 시인의 ‘약한 자의 슬픔 –김동인과 히가시 후미히토’, 조미희 시인의 ‘똥의 전시는 끝나야 한다’와 종합토론은 맹문재 시인의 사회로 진행됐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격려사를 통해, “오늘 세미나가 작가회의의 주최하는 것이 아닌 자유실천위원회로 되어 있어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한 때 빨갱이로 몰린 적도 있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많이 바뀌어 정부의 인사 문제나 친일파 관련 재판이 있을 때 우리 민족문제연구소에 문의를 한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이어 “어째서 조선일보와 동인문학상 수상자들은 떳떳하게 큰소리치면서 상을 받고 있느냐”고 한탄했다.
신현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인사말에서 “이 시대에는 우리 스스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상기씨는 ‘문학상 운용의 논리와 작가의 대응, 그리고 줏대’ 제하의 발제를 통해 올해도 어김없이 동인문학상 시상식은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조선일보는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김인환, 오정희, 정과리, 구효서, 김인숙)의 비대면 독해 결과를 보고하고 있으며, 어떤 비난과 문제제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문학상의 전통과 권위를 지키려는 조선일보의 행보는 언론의 역할과 미디어 플랫폼의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라고 서두를 열었다.
그러면서 동인문학상은 장준하가 창간한 사상계에서 1955년 제정, 67년까지 시상을 해오다 1985년 동서문화사, 1987년부터 조선일보가 주관하고 있다고 밝히고, 조선일보는 동인문학상을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문학상을 만들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동인문학상을 주관하는 조선일보는 1920년 3월5일 창간하면서 친일단체인 ’대정친목회‘가 발행 주체였다면서 이 단체는 친일단체 중 중심기관이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국작가회의 회원 중 상당수가 심사위원을 역임했거나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일부 작가는 심사위원을 거부하거나 수상을 거부한 사례는 있기도 하다. 황석영 등은 수상을 거부했지만, 전상국, 정소성, 박완서, 신경숙, 이문구 등은 상을 받았다. 한국작가회의(전 민족문학작가회의) 추진 목적과 배치되는 행위이다.
전상기씨는, ”2000년도 초반 친일인명사전이 편찬돼 친일문인들의 실상이 대중들의 시선에 낱낱이 드러나게 되었으나 이광수와 김동인, 박영희, 김팔봉, 김동환, 최정희, 모윤숙, 노천명 등의 친일행각이 널리 알려지는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대 동인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18회 유재용부터 51회 김숨에 이르기까지 자기의 주체와 양식에 정직하게 답한 작가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참담하고 쓸쓸한 감회가 남는 것은 왜 일까“라고 끝을 맺었다.
전상기씨의 발표에 대해 이영숙(추계예술대)은, “김동인의 친일행적에 대한 내용이 없는데다 문학상 일반으로 확대해 동인문학상의 문제점을 희석해 동인문학상과 조선일보를 두둔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최창근씨는 ’김동인 소설의 환멸의식 연구‘ 발제를 통해 “김동인은 이광수와 함께 서구문학 수용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근대의 문을 연 인물로 우리 문학사에서 부인하기 어려운 기여를 한 두 사람이 친일의 길로 빠진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전제하고, “김동인은 식민지 조선을 냉철히 파악하기 보다는 누군가 자신의 불행한 자신의 삶을 동전해주기만을 원했고, 야만과 무지의 조선에서 박해받는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스스로 동정한 것으로 김동인의 친일은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정민구씨는 이에 대한 토론에서, “김동인의 경우에도 그의 문학과 친일을 연결하는 것은 다소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는데, 개연성이 문학과 현실 사이에 걸리는 것인지 작가와 친일 사이에 걸리는 것인지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도무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수정씨는 ‘해방기 김동인 소설에 나타난 주체적 전략’ 발제에서 “대일 협력의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김동인 또한 자신을 새롭게 정체화 해야 했으며, 해방 이후 김동인은 세대의 구분을 통한 식민지 과거의 은폐, 문학의 순수성에서 민족문학의 의의를 강조하는 문학관의 변화를 통해 식민지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민족적 주체로 전신하고자 하고자 했으며, 세대를 분리한 뒤 민족의 과오를 청년 세대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자리를 모색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시성씨는, “청년 세대가 저지른 과오의 책임을 시대의 탓으로 전가하는 것은 누구라도 전적으로 가해자가 아니라는 식의 논리로 이어지고, 이것은 결국 모두가 시대의 피해자라는 결론으로 비약될 여지가 충분하기에 무척 위험하다고 판단된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