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TAX tv 신지원 기자 | 본지 채흥기 국장이 The TAXtv 창간 5주년을 기념해 세계 7대륙 최고봉 가운데 하나이자 유럽 최고봉인 러시아 엘브루스산 서봉(5,642m) 정상에 올랐다.
이번 등정은 단순히 높은 산의 정상을 밟는 데 목적을 둔 산행이 아니었다. 창간 이후 수많은 변화와 어려움을 헤쳐 온 The TAXtv의 지난 5년을 돌아보고, 앞으로도 새로운 길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도전정신을 다짐하기 위해 마련됐다.
채 국장은 지난 7월24일 오전 11시30분께 해발 5,642m의 엘브루스산 서봉 정상에 도착했다. 7월17일 러시아로 출국한 지 7일 만이었다. 현지 가이드나 별도의 지원대 없이 자신의 판단과 힘으로 정상까지 오른 단독 등정이었다.
국내 산악인들의 엘브루스 등정 기록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현지 가이드와 지원 없이 홀로 정상에 도전해 성공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 국장은 이번 등정을 통해 The TAXtv가 창간 당시 품었던 개척정신과 한계에 맞서는 의지를 유럽 최고봉에 새겼다.
창간 5주년, 새로운 도전을 향한 출발
채 국장은 지난 17일 러시아로 출국해 19일 엘브루스산 등반의 출발지인 아자우에 도착했다. 이후 정상 도전에 앞서 두 차례에 걸쳐 고산 적응훈련을 실시했다.
20일 오전에는 해발 약 3,000m의 체겟산에 올라 첫 고산 적응에 나섰다. 같은 날 엘브루스산 해발 3,800m 지점의 가라바시도 찾아 숙소를 예약하고 현지 상황을 점검했다. 오후에는 산악구조대를 방문해 입산 신고를 마쳤다.
22일에는 엘브루스산 베이스캠프인 해발 3,800m 가라바시로 이동했으며, 23일 오전 해발 약 4,300m까지 올라 추가 고도 적응을 실시했다. 정상 등정을 앞두고 자신의 몸 상태와 장비, 이동 경로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정상 도전을 불과 몇 시간 앞둔 23일 오후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거센 바람과 함께 천둥을 동반한 우박이 쏟아지면서 정상 등정이 가능한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당시 여러 등반팀이 등정을 포기했고 일부는 산 아래로 내려갔다. 가라바시 공동식당도 문을 닫았다. 채 국장이 24일 오전 2시께 식사를 하기 위해 공동식당을 찾았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악천후로 등반팀들이 정상 도전을 취소하자 식당 운영자도 하산한 것으로 보였다. 채 국장은 함께 식사하려던 독일인 등반객과 결국 아침을 먹지 못한 채 정상 도전을 준비해야 했다.
별빛 아래 시작된 8시간의 사투
기상예보는 24일 새벽부터 날씨가 일시적으로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우박과 천둥이 그치고 하늘이 개기 시작했다.
채 국장은 자신의 몸 상태와 하늘의 움직임을 살핀 뒤 예정대로 정상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오전 3시30분께 가라바시를 출발했을 당시 엘브루스산 상공은 맑았고 밤하늘에는 별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정상 도전에 나선 팀은 3개 팀 정도에 불과했다. 일부 팀은 해발 5,000m에 다다르자, 강풍이 불어 출발 직후 등정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별도의 등반대 없이 홀로 출발한 채 국장은 앞서 정상으로 향하는 외국 등반팀들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며 서봉을 향해 고도를 높였다. 출발 당시에는 정상 등정을 중단할 정도의 바람은 아니었지만, 해발 5,100m를 넘어서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걸음은 무거워졌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은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졌다. 특히 해발 약 5,300m의 새들에 접근하는 구간은 경사진 빙벽 옆으로 난 좁은 길이 이어져 작은 실수도 추락으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한 곳이었다.
채 국장은 이 구간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나 미끄러졌다. 한 번은 스틱으로, 또 한 번은 피켈로 얼음과 눈을 찍으며 몸을 지탱해 추락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새들은 엘브루스산 동봉과 서봉 사이에 형성된 안부 지형이다. 비교적 완만해 보이지만 주변에 빙벽이 형성돼 있고 강풍과 화이트아웃이 발생하면 방향을 잃기 쉽다. 보스니아 등반대 5명도 이곳에서 생명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새들에서 서봉 정상으로 향하는 구간 가운데 안전줄이 설치된 곳은 약 300m에 불과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갑과 스틱 잃고 피켈에 의지해 정상으로
채 국장은 급하게 출발하는 과정에서 준비해 둔 보온병 2개를 출발지점에 놓고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사실상 물 없이 고산 등반을 시작한 셈이었다.
해발 약 5,300m 새들에 도착한 뒤 다른 등반객에게 물을 조금 얻었다. 휴대하고 있던 발열식품 용기에 눈을 넣어 물을 만들려고 했지만, 고산의 혹한 때문에 발열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래도 눈이 일부 녹은 덕분에 최소한의 수분을 보충할 수 있었다.
이후 가방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비상용으로 챙겨둔 물 한 병을 발견한 것은 정상에서 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실수와 위기 속에서 정상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한 귀중한 생명수였다. 새들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구간에서는 바람이 더욱 거세졌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강풍에 방한장갑 한 짝이 날아갔고, 등반용 스틱 두 개도 모두 빙벽아래로 놓치고 말았다.
채 국장은 몸을 최대한 낮춘 채 피켈로 눈과 얼음을 찍으며 한 걸음씩 정상으로 향했다. 산소 부족과 강추위, 거센 바람이 동시에 몰아쳤지만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지 않고 자신의 호흡과 보폭을 유지했다. 안전줄이 설치된 끝부분에서 힘에 부쳐 멈추자 마지막 팀의 가이드는 막무가내로 고고를 외치고 채 국장이 일어서지 못하자, 무차별 폭행했으며, 여자 가이드 역시 폭행에 가담하고, 고글을 벗겨 빙벽아래 던지버리는 행위를 했다. 자신의 팀원들의 보고있는데도 말이다. 고글이 없으면 자칫 실명할 수 있다. 눈에 반사되는 햇빛이 너무 강해서이다. 다행히 예비로 가져온 썬그라스가 있어 위험에 대비할 수 있었다. 이러한 행위는 살인행위로 볼 수 밖에 없다. 새들에서 잠시 쉬는 사이 벗겨져 버린 오른쪽 크램폰과 하네스를 다시 체결해주는 가이드가 있는 반면 이러한 가이드도 있었던 것.
그렇게 세 차례의 위험한 고비를 넘어 출발 약 8시간 만인 오전 11시30분, 마침내 엘브루스산 서봉 정상에 섰다. 2023년 1월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우후루피크 정상에 오른 데 이어 두 번째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했다.
“포기하지 않는 정신, The TAXtv의 새로운 5년으로”
엘브루스 정상에 선 채 국장은 이번 등정이 The TAXtv 창간 5주년을 돌아보는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채 국장은 “The TAXtv가 걸어온 지난 5년도 산을 오르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처음 가는 길에는 늘 불확실성이 따르고,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 앞에서 돌아설 것인지 계속 나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에 오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거센 바람과 추위가 이어졌지만, 한 걸음씩 전진하면 결국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며 “이번 등정에 담긴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The TAXtv의 새로운 5년도 흔들림 없이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도전정신이 무모함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채 국장은 “엘브루스는 기술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산으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날씨가 급격하게 변하고 안전시설이 부족한 매우 위험한 산”이라며 “특히 새들 주변 빙벽 구간에서는 두 차례 미끄러졌고, 강풍에 장갑과 스틱까지 잃었다. 준비와 판단이 조금만 달랐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앞으로 엘브루스에 도전하는 등반객들은 현지 기상정보를 반복해서 확인하고, 위험 구간에서는 반드시 안전줄을 확보한 상태로 이동하기를 권한다”며 “도전은 살아서 돌아올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했다.
정상 등정 이튿날 전해진 비보...보스니아 등반대 5명 참사
채 국장이 정상 등정을 마친 직후 엘브루스산에서는 안타까운 참사가 발생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제니차 출신 산악인 7명이 24일 저녁 정상 등반에 나섰다가 이튿날 급격한 기상악화를 만나 조난했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2명만 살아남았다.
러시아 구조·수사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강풍과 눈보라 속에서 정상 등반로를 벗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초기에는 사망자들이 해발 약 5,100m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시신 발견 지점을 해발 약 5,350m의 새들 부근으로 밝혔다. 채 국장도 미끄러져 가다 다행히 안전줄을 잡았기에 추락위험을 넘겼다.
당시 엘브루스산 고지대에는 거센 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쳤다. 보스니아 현지 언론은 시속 약 45㎞였던 바람이 다음 날 아침에는 시속 70㎞ 안팎까지 강해졌다고 전했다.
강풍과 폭설로 주변 지형을 식별하기 어려운 화이트아웃이 발생하면서 등반객들이 방향 감각을 잃고 정상 등반로에서 벗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악천후는 구조대의 수색과 시신 수습에도 큰 어려움을 줬다.
사망자는 구강악안면외과 의사인 멜리하 차우셰비치를 비롯해 알마 오카노비치와 데니스 오카노비치 부부, 알미르 크리브디치, 네르민 탈람으로 알려졌다. 하리스 아딜로비치와 케말 비딤리치는 생존해 의료기관에서 치료와 검사를 받았다.
생존자인 아딜로비치는 등반대의 경험이나 준비 부족이 사고 원인이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보스니아에는 산이 많아 우리 팀은 거의 매주 산에서 훈련했다”며 “가장 큰 원인은 실제 상황과 맞지 않았던 기상예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수사위원회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2명 이상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사건을 개시했다. 수사 당국은 기상정보 전달 과정과 등반 신고 여부, 현지 가이드 없이 출발한 경위, 등반로 이탈 및 구조 대응 과정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돼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강풍과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은 뒤 해발 5,000m 이상의 고지대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저체온증과 탈진, 고산 증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루 차이로 갈린 정상과 참사
채 국장은 사망 사고 소식을 27일 새벽 미네랄니예보디공항에서 다른 등반객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는 “일기예보상 25일부터 날씨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돼 24일 안에 등정을 마쳐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하루 차이로 정상 등정과 참사가 엇갈렸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보다 고산에서는 작은 판단 하나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사실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게 됐다”며 “유명을 달리한 산악인들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지난 19일 미네랄니예보디공항에서 만났던 콜롬비아 출신 카트리나와 인도 출신 사이 일행도 24일 해발 약 5,100m까지 올랐지만, 현지 가이드가 등정을 중단시켜 정상으로 향하지 못했다.
채 국장은 정상 도전 당일 이들을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했고, 27일 새벽 공항에서 다시 만난 뒤에야 가이드의 철수 결정으로 하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과적으로 신속한 철수 판단이 이들의 안전을 지킨 것이다.
엘브루스산은 서봉 5,642m와 동봉 5,621m의 두 봉우리로 이뤄진 휴화산이다. 서봉은 러시아와 유럽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며 세계 7대륙 최고봉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고봉으로 알려져 있지만, 급격한 기상 변화와 강풍, 눈보라, 화이트아웃이 빈번해 매년 크고 작은 조난사고가 발생해 7월에만 8명이 사망하고, 매년 20여명이 사망하는 위험한 산이다.
The TAXtv 창간 5주년을 기념한 이번 등정은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동시에, 진정한 도전에는 철저한 준비와 냉정한 판단, 자연에 대한 겸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