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TAX tv 채흥기 기자 | 고물가로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는 동안 일부 기업들은 독과점적 시장 지위와 가격 인상 분위기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거둔 뒤, 계열사 부당지원과 가공경비, 허위 세금계산서, 사주 일가에 대한 부당한 자금 유출 등으로 세금을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리면서도, 정작 늘어난 이익은 계열사와 사주 일가에 넘기거나 비용을 부풀려 세금을 축소한 것이다.
국세청이 최근 공개한 물가안정 관련 세무조사 결과는 고물가 시기에 이뤄진 일부 기업의 가격 인상과 탈세가 단순한 세금 신고 누락을 넘어 시장의 우월적 지위, 계열사 내부거래, 사주 일가의 사익 추구와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독과점 식품업체, 가격 5% 올린 뒤 계열사에 150억 원 이익 이전
가공식품을 생산·판매하는 종합식품 제조업체 A사는 독과점 시장에서 확보한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제품 가격을 약 5% 인상했다.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졌지만, 회사는 이 과정에서 늘어난 이익을 정상적으로 신고하기보다 계열사와 사주 자녀에게 분여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사는 식품제조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로부터 외주가공용역을 제공받으면서 실제 가치보다 높은 용역비를 지급했다. 또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상품을 정상가격보다 비싸게 수입하는 방법으로 계열사 등에 약 150억 원의 이익을 이전했다.
회사가 부담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계열사에 과도하게 지급하면 A사의 비용은 늘어나고 과세 대상 소득은 줄어든다. 반면 해당 계열사에는 이익이 이전된다. 전형적인 특수관계법인 간 부당지원 방식이다.
유통업체에 지급한 판매장려금 처리 과정에서도 문제가 확인됐다.
A사는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 자사 제품을 입점시키고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약 200억 원 규모의 판매장려금을 지급했다. 국세청은 이 장려금이 정상적인 물류비라기보다 거래관계 유지를 위한 접대성 경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사는 이를 물류비로 회계처리해 비용으로 인정받으려 했다. 접대비는 세법상 손금 인정 한도가 있지만 물류비는 정상적인 사업비용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주 자녀에게 이익을 이전한 정황도 포착됐다.
A사는 특수관계법인의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신주를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취득했다. 이로 인해 기존 주주였던 사주 자녀에게 수억 원의 이익이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외주용역비 과다지급과 해외 상품 고가매입, 판매장려금 변칙처리, 불균등 증자 참여 등을 적발해 A사에 약 200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소비자에게는 가격 인상의 부담을 전가하고, 내부적으로는 계열사와 사주 일가에 이익을 나누는 구조가 만들어졌던 셈이다.
용량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프랜차이즈 뒤에 숨은 700억 원 탈루
대형 F&B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D사는 제품의 표시가격을 직접 올리는 대신 제품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방식을 택했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은 같지만 제품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단위당 가격은 오르게 된다. 겉으로는 가격 동결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가격이 인상되는 방식이다.
D사는 이렇게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리는 한편, 원재료를 매입하는 과정에 특수관계법인을 끼워 넣어 비용을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관계법인 E사로부터 원재료를 정상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이는 방법으로 20억 원이 넘는 이익을 계열사에 이전했다. 원재료 가격이 높아지면 D사의 이익은 줄어들고 법인세 부담도 낮아진다.
가맹점 개설과 관련한 지원금도 과다 비용으로 처리됐다. D사는 또 다른 특수관계법인 F사의 임직원이 퇴직한 뒤 가맹점을 개설할 경우 점포개설지원금을 지급했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약 50억 원의 비용이 과다하게 계상된 것으로 파악했다.
광고비와 홍보비를 이용한 계열사 지원도 확인됐다. D사는 스포츠구단과 공식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공동 광고를 진행하면서 해외 현지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대신 지급했다. 이를 통해 해외 현지법인에 약 10억 원을 부당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특정 계열사를 홍보하는 언론기사와 관련된 홍보비 약 20억 원도 대신 부담했다. 실질적으로는 다른 계열사를 위한 지출이지만 D사의 광고선전비로 처리해 과세 대상 소득을 줄인 것이다.
국세청은 이 같은 원재료 고가매입과 점포개설지원금 과다계상, 광고비·홍보비 대납 등을 통해 D사가 법인소득 약 700억 원을 탈루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D사에는 약 200억 원의 세금이 추징됐다. 이 사례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소비자 가격 문제에 그치지 않고, 계열사 부당지원과 소득 탈루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제품 용량을 줄여 수익성을 높인 뒤 비용을 부풀려 세금을 줄이는 이중 구조가 확인된 것이다.
상조상품 가격 수십% 인상…사주 자녀와 가사도우미 급여까지 회사 돈으로
상조회사 H사는 기존 상품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은 신규 상품을 출시한 뒤 기존 상품을 폐지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수십% 인상했다.
소비자가 기존 상품을 선택할 수 없도록 만든 뒤 비슷한 내용의 신규 상품을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한 것이다. 가격 인상으로 회사 수익은 늘었지만, H사는 계열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과 사주 일가의 개인 비용을 회사 경비로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H사는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업무에 투입된 직원 인건비와 언론홍보비 등 공동경비를 과도하게 부담했다. 국세청은 H사가 정상적인 부담 비율을 넘어 약 30억 원의 비용을 대신 지급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H사의 과세소득을 줄이는 동시에 다른 계열사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부당지원에 해당한다.
실제 근무하지 않은 사주 자녀에게 급여를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H사는 회사에서 실제 근무한 사실이 없는 사주 자녀에게 급여 등 인건비를 지급하고, 업무와 관련성이 부족한 해외출장비까지 회사 비용으로 처리했다.
사주가 개인적으로 고용한 가사도우미의 인건비도 법인 비용에 포함됐다. 가사도우미는 회사 업무와 관련이 없는 사적 고용 인력이지만, H사는 수억 원의 인건비를 회사가 지급한 것처럼 처리했다.
국세청은 계열사 공동경비 초과부담, 사주 자녀 가공급여, 업무무관 해외출장비, 가사도우미 인건비 처리 등을 적발해 H사에 약 50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상조서비스는 장례와 관련된 대표적인 민생밀접 업종이다. 소비자가 장기간 납입해야 하는 상품의 가격을 올리면서, 늘어난 수익을 계열사와 사주 일가를 위해 사용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값 하락해도 제품가격 인상…300억 원 인건비 떠넘긴 식품업체
국세청 조사에서는 국제 원재료 가격이 하락했는데도 제품가격을 올린 식품업체의 탈세도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주요 원재료의 국제가격이 떨어졌음에도 과점적 시장 지위를 이용해 제품가격을 인상했다.
그런데 세무조사 결과 거래처가 부담해야 할 파견직원 인건비 약 300억 원을 자신들의 비용으로 처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원재료를 약 10억 원가량 비싸게 매입해 비용을 부풀렸다. 국세청은 이 업체에 약 90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가격을 올린 기업이 원재료 가격이 떨어진 뒤에도 가격을 내리지 않는 이른바 가격의 하방경직성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일부 업체는 비용까지 부당하게 늘려 세금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 가격은 올리고 사주 일가에 60억 원대 자금 이전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는 수입 원두가격 상승을 이유로 커피 가격을 인상했다. 그러나 세무조사 결과 회사는 원재료비 증가를 가격 인상의 이유로 내세운 것과 달리 사주 일가에 거액의 자금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는 사주 일가에게 실제 근무 여부가 불분명한 가공급여 등의 명목으로 약 20억 원을 지급했다.
사주 자녀는 사주로부터 부동산과 주식 취득자금 약 40억 원을 지원받았지만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법인소득 탈루와 증여세 무신고 등을 적발해 약 40억 원을 추징했다. 소비자에게는 원두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회사 내부에서는 사주 일가에게 수십억 원의 자금이 이전된 것이다.
담합 수수료를 비용처리…법인카드는 골프장·백화점·유흥비로
공공기관 입찰담합에 가담한 전자부품 제조업체 B사의 사례에서는 불법행위와 탈세가 동시에 이뤄진 정황이 확인됐다. B사는 공공기관 입찰에서 업체 간 낙찰 물량을 미리 나누고 투찰가격을 공유하는 담합행위를 벌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세무조사에서는 담합과 관련해 지급한 수수료 수억 원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불법 담합을 위해 지출한 돈까지 정상적인 사업비용으로 인정받으려 한 것이다. 해외 현지법인에 영업권과 기술을 이전하고도 정당한 사용료를 받지 않거나 매출채권을 늦게 회수하는 방법으로 해외법인을 부당지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면세 용역을 제공받고도 세금계산서를 수취해 부가가치세를 부당하게 공제받았으며, 연구업무를 전담하지 않은 직원의 인건비 약 80억 원을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으로 신고했다. 사주 일가는 법인카드를 골프장과 백화점, 유흥비 등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
국세청은 담합 수수료 부당계상, 해외법인 부당지원, 부가가치세 부당공제,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악용,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을 적발해 약 40억 원을 추징했다.
할당관세 받으려 퇴직자 명의 도관업체 동원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을 악용한 사례도 있었다. 한 식음료 제조업체는 원재료 수입에 적용되는 할당관세 혜택의 물량 상한을 피하기 위해 퇴직 직원 명의로 도관업체를 세웠다. 도관업체는 실질적인 사업을 수행하지 않고 거래 중간에 형식적으로 끼워 넣은 업체를 의미한다.
해당 업체는 도관업체가 별도로 원재료를 수입한 것처럼 꾸며 할당관세 혜택을 추가로 받고, 이 과정에서 허위 세금계산서까지 수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관련 매입세액 공제액 70여억 원을 추징했다.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위반 등에 가담한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2건을 고발하고 7건을 통고처분했다. 정부가 원재료 수입비용을 낮춰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기업이 조세회피 수단으로 이용한 셈이다.
117곳 조사해 114곳에서 3,195억 원 추징
국세청은 2025년 9월부터 2026년 2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물가 관련 탈세 혐의가 있는 117개 업체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독과점 업체와 가격·입찰 담합업체, 외환 부당유출 및 할당관세 악용 업체, 가공식품·농축수산물·생필품 업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예식·장례업체 등이다.
2026년 6월까지 조사가 종결된 업체는 114곳이며, 3곳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종결된 114개 업체에서 적출된 소득은 총 7,698억 원, 추징세액은 3,195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추징세액 상위 10개 업체의 추징액은 2,480억 원으로 전체 추징세액의 약 78%를 차지했다. 탈세가 일부 대형업체에 집중돼 있었다는 의미다.
유형별로는 독과점 업체의 추징액이 가장 컸다. 독과점 관련 조사대상은 10곳으로, 이 가운데 9곳의 조사가 끝났고 1곳은 진행 중이다. 적출소득은 3,187억 원, 추징세액은 1,809억 원으로 전체 추징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외환 부당유출과 할당관세 관련 업체 16곳 중 15곳에서는 2,378억 원의 소득을 적출해 585억 원을 추징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29곳은 모두 조사가 종결됐으며, 적출소득 1,115억 원에 추징세액은 359억 원이었다. 가공식품과 농축수산물, 생필품 업체 34곳에서는 473억 원을 적출해 204억 원을 추징했다. 예식·장례업체 17곳에서는 320억 원을 적출하고 140억 원을 추징했다. 가격·입찰 담합업체는 11곳 가운데 10곳의 조사가 끝났으며, 적출소득 225억 원에 98억 원이 추징됐다.
33건 범칙처분…13건은 고발
이번 조사에서는 단순한 세금 추징에 그치지 않고 조세범칙처분도 이뤄졌다. 국세청은 전체 조사과정에서 거짓 세금계산서 수취와 조세포탈 등과 관련해 모두 33건을 범칙처분했다. 이 가운데 13건은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독과점 업체에서는 18건의 범칙처분이 이뤄졌으며, 이 중 11건이 고발됐다. 가공식품·농축수산물·생필품 업체에서는 5건의 범칙처분과 2건의 고발이 이뤄졌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서는 9건, 예식·장례업체에서는 1건의 범칙처분이 내려졌다.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나 이중장부 작성, 소득 은닉 등은 단순한 세금 신고 오류와 달리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고물가를 비용 탓으로 돌렸지만 내부에서는 사익 추구
이번에 적발된 사례들의 공통점은 기업들이 가격 인상의 이유로 원재료비와 인건비, 물류비 등 외부 경제여건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 회계처리에서는 계열사에 이익을 넘기고, 사주 일가에게 가공급여를 지급하고,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업무와 무관한 비용을 회사 경비로 처리한 사실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제품가격을 올린 기업이 모두 탈세기업인 것은 아니다. 원재료비와 임금, 물류비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하는 기업도 많다. 다만 소비자와 가맹점주에게 비용 상승을 전가한 기업이 내부적으로는 계열사와 사주 일가를 부당지원하고 세금까지 회피했다면, 가격 인상의 정당성 자체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독과점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다른 제품으로 쉽게 이동하기 어렵고, 프랜차이즈 업종에서는 가맹점주가 본사가 정한 원재료와 가격정책을 따라야 한다. 이 같은 구조에서 본사가 원재료 공급가격을 부풀리거나 제품 용량을 줄일 경우 그 부담은 최종적으로 소비자와 가맹점주에게 돌아간다.
국세청, 독과점·담합·민생업종 상시 감시
국세청은 물가안정을 민생의 최우선 과제로 보고, 부당하게 폭리를 취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기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큰 독과점 업종, 담합행위가 빈번한 업종, 식품·생필품·외식·예식·장례 등 민생밀접 업종을 중심으로 가격 동향과 세금 신고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경제여건을 이유로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면서도,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가 확인되면 즉시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한다. 조사 과정에서는 장부와 전산자료 일시보관, 금융계좌 추적, 거래처 확인 등 가능한 조사수단을 동원해 실제 자금 흐름을 검증할 예정이다.
조세포탈이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범칙행위가 확인될 경우에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등 형사절차도 진행한다.
국세청은 “고물가로 인한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기회로 삼아 가격 상승을 조장하고 부당한 이익을 누리는 탈세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반칙과 특권, 불공정행위로부터 민생경제를 보호하고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